이 책의 제목이 한글로 '언택트 교육의 미래'라고 되어 있어 교육의 미래를 나름 긍정적으로 조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미래에 대한 낙관은 커녕 에듀테크가 교육을 바꿀 수 있을거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원제가 'Failure To Disrupt' 라고 했던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작정 기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쓴 것은 아니다. 이글을 쓴 '저스틴 라이시'는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Teaching Systems Lab의 소장을 맡고 있고 Edx의 연구개발자여서 누구보다 교육관련된 기술에 능통한 사람이다. 또한 본인이 직접 MOOC강의를 맡고 있기도해서 기술과 교육학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경제계에만 '닥터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에듀테크 분야에 닥터둠이 있다면 라이시가 바로 그 사람이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이 2014년도 부터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에야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거의 7~8년에 걸쳐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인데 그럼에도 책의 톤과 매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으로 점철되어 있다. 나를 포함한 에듀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기술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혹은 조심스런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교육전체는 아니더라도 에듀테크가 교육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에듀테크가 Disruptive 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순진한 생각을 근거없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특히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교육에 대한 기대는 허상이고 그런 주장을 해왔던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국가가 맞춤형 교육을 명분으로 학습 활동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학습자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여질 지도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책은 끊임없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기술만으로 해결되는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에듀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낙담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라이시가 일관성있게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구성주의적 입장, xMOOC, 동료주도학습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공교육에 이러한 라이시가 주장하는 바가 적용되기 힘든 이유와 100년뒤에도 우리가 거의 비슷한 고민을 그대로 안고갈 수 밖에 없다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에 대해서도 납득을 하게 된다.
이 책의 놀라움은 그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참조되어 있는 문헌들은 그 자체로 하나씩 까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한번 읽었다고해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얼마나 이책을 우려먹을지는 몰라도 몇번은 살펴볼 수 밖에 없을듯 하다. 여러말이 필요할까 싶다. 교육분야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다면 닥치고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