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붙이는 일이다”. - 플루타르크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승리하고 존 듀이가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20세기 미국 교육사를 이해할 수 없다.” - 엘런 라그만다시 이 책 이야기입니다.
이 책 전체가 기존 교육체계와 동시에 이를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던 여러 시도들의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를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지식에 의해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공교육체계뿐만 아니라 MOOC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기반의 교육서비스 또한 여전히 강의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사회적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vism)에 기반한 커뮤니티 중심의 교육체계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체계 또한 현실적으로는 기존 교육에 도입이 쉽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향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은 우리의 교육체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입니다.
10년 전이었던가 소셜러닝에 대한 관심이 한참 높아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사회적 구성주의가 주목을 받으며 현재 교육체계를 혁신하는데 있어 주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것 같은 분위기였고 에드모도(edmodo)가 급성장하면서 소셜러닝이 기존 강의형 학습관리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기까지 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에드모도는 무료서비스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수익을 발생시키기가 어려운 구조였고 한동안 투자를 받으며 버티고 있었지만 이것이 지속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절치부심해서 만든 유료모델인 Snapshot 서비스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주춤하다 2017년 해킹사고까지 일으키며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후 그동안의 모든 데이터가 해외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8년도 중국 게임업체인 넷드래곤(NetDragon)에 1,500억 정도에 인수되면서 명맥을 다하게 됩니다. 현재에도 중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에드모도가 소셜러닝의 대표주자로서의 예전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소셜러닝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단어자체는 흘러간 유행가가 되었지만 개념은 클래스팅, 위두랑으로 흘러들어왔고 최근에는 클라썸과 같은 스타트업이 만든 서비스에도 명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강의중심형 교육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시장에서 꾸준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죠. 우리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교육분야에서는 물과 불이 그리고 손다이크와 존듀이가 열심히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와중에 문제중심형 교육서비스인 듀오링고가 언어교육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고 국내 업체인 뤼이드도 최근 같은 방식의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분야에서 이렇듯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가 공존하는 이유는 각 과목별 테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형식의 다양성(수학, 언어, 인문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테마라도 다양한 방식의 교육방식(강의형, 문제풀이형)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2015년 빌게이츠 멜린다 재단의 지원을 받아 에듀코즈(Educause)에서 연구하여 정립된 NGDLE에서도 미래의 교육환경은 단일 플랫폼이 아닌 멀티 플랫폼이 기본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기도 합니다.
향후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과 도구, 콘텐츠가 얽히고 섞여 있게 될터인데 관건은 교육기관, 선생님, 학습자들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이 이러한 복잡계(Complex Systems)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내부는 복잡하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것을 단순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IT 엔지니어들의 몫이겠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학습관리시스템에 익숙해져있던 교육주체들이 다양한 도구와 기능에 적응해야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